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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0 00:16

시선

시 선

저는 대학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한지는 9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제게 변화가 생겼습니다.

변화는 바로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꿘것입니다.

무슨 거창한 철학이 담긴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지 제가 그동안 일했던 공간(대학본부)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 8년동안 한번도 바라 보지 못한 곳에서 학교를 바로 보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곳으로 이사 운 후 제게 학교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있는 공간은 주로 대학원생들과 연구소들 사이에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저도 야근이 많지만 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연구소의 석박사 과정생들과 함께 있다 보니 늘 서로의 신세를 한탄하고 일을 많이 주는 교수님들의 뒷담화, 혹은 요즘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이사온 지금 이곳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동하는 공간이 정면으로 보이는 공간입니다. 또 사무실 아주 가까이 강의실이 있어서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 오면서 느낀 대학은 생동감과 젊음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될 만큼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사 후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똑같은 대학이라는 공간에 있으면서 보는 위치에 따라 대학이 참 다르게 보이는 구나 하는 생각말입니다.

 

저는 요즘 새삼 이 시선이란 단어에 대해 골똘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시선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봤습니다. 


시선 [視線] [명사](네이버 국어사전)

1 눈이 가는 길. 또는 눈의 방향. ≒내자(內眥)·눈초리·목용·목자(目眥)·안제(眼眥).
2 주의 또는 관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눈이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또는 눈의 방향이라고 하고요.

 

요즘 우리 눈은 어디 가있는지 궁금합니다.

 

점입가경으로 가고 있는 정치권의 대선 가도에 가있나요? 아니면 맨체스터유니이티드에서 맹활약 중인 박지성 선수에게 가 있나요?

 

저는 우리 눈의 길 또 우리가 보는 방향이 인권으로 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안의 인권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눈을 돌려 이곳 저곳으로 길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주에 학교에서 행사를 했습니다. 웨스트파푸아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분이 오셨습니다. 그 분과 함께 활동하는 한국활동단체에서 만든 피켓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저는 국기(웨스트파푸아)를 게양했다는 이유로 15년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국제앰네스티에서 저를 양심수로 지정했습니다.” 우리의 눈이 가는 곳에 우리의 손이 움직이는 곳에 우리의 캠페인으로 관심을 두는 곳에 우리의 눈길을 우리의 엽서를 우리의 캠페인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것은 때로 기쁜일입니다. 또 누군가를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 역시 기쁜일일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일 중에 인권의 눈의 누군가에게는 따듯함의 시선을 또 누군가에게는 감시의 시선을 보내야 할것입니다.

 

점심을 드신 후 창밖을 한번 보세요. 나와 다른 저 사람 때문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온통 무지개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축복인지 말입니다. 길을 가는 저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것을 보고 다른 이야길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퍽찬 감동인지 말입니다.


추신: 지난 7일 평택에서 노동자들의 집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들 입에서 나온 이야길 전할까 합니다.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상의를 뒤집어씌운 뒤 무릎으로 얼굴을 마구 때렸다. 팔을 꺾어서 꼼짝도 못하는데, 사복경찰이 '이런 공돌이 새끼들'이라고 욕하더라. 잊히지 않는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조합원 이정규씨)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차고…. 누군데 계속 때리느냐고 했더니 '알 필요 없고, 넌 좀 맞아야겠다'고 하더라. 또 다른 경찰관은 '이 개새끼들아, 우린 강력계 형사니까 아무 것도 모르고, 넌 무조건 맞아야 한다'고 소리를 질렀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조합원 김현호씨)


21세기에, 유엔의 수장을 배출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나라의 인권 수준입니다. 이들에게는 어떤 시선을 줘야 할까요? 아직도 과거에 살고 계신 분들에게 어떤 시선을 줘야 할까요? 우리에게는 황당한 뉴스 거리겠지만 저런 상황이 일상인 사람들은 또 어떨까요?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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