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사회 재앙에 관하여.
대한민국에서 안하면 큰 일 인게 두 가지쯤 되는 것 같다. 하나는 취직이도 또 하나는 결혼이다. 지나친 건 모자란 만 못 한일지만, 이 두 가지에 대해선 사돈의 팔촌 심지어 이웃까지 나서서 열심이다. 월드컵 열기도 이보다 뜨겁지는 않을 것이다. 이쯤 되면 가장 환상적인 조합을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취직 못한 노총각 노처녀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최전선에서 주변의 이유 없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지내고 있을 것이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결혼을 안 하면, 취직을 안 하면 무슨 큰 재앙이라도 닥치는 것처럼 취급한다. 아니 정확히 못한다고 단정해 버린다. 취직도 못하는 게, 결혼도 못하는 게…
그냥 좀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 남이야 결혼을 하든 말든, 취직을 하든 말든 그 문제는 어디까지나 그 개인의 고민의 산물이다. 물론 결혼을 하고 싶어도, 취직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분에 대해선 자랑찬 국가와 성숙한 시민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장애인들은 취업을 하고 싶어도 취업을 할 수가 없다. 농촌 총각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결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선 우리 사회는 더럽게 관대하다. 몸도 불편한데.... 농가부채도 많은 사람이 무슨 결혼까지....이들의 주장과 요구는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진정한 재앙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면하고, 하기 싫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스토커 수준으로 들들 볶고 있다. 다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단다. 정치권 최대 무기는 국론 분열이다. 국민은 모두 지들과 같은 생각을 해야 이 나라가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는 국론을 분열시켜 안 된다고 한다. 사학법 개정역시 같은 이유이다. 과거사법도 걸핏하면 국론이 분열된다고 난리들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거리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이다. 취직은 꼭해야 하는 것이고, 결혼은 당연한 거구....또 뭐가 있을까....암튼 생각만으로 끔찍하다. 또 모르지 어느 날 무지개의 일곱 색깔이 너무 난삽해서 하나의 색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주장 할지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다른 것은 틀린 것이다. 도무지 다름이 인정하고 이해하는 분위기는 없다. 무조건 통일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치마 길이에, 학생들의 머리는 귀밑 3센티를 유지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무섭다.
2. 기혼 혹은 미혼 그리고 비혼
결혼 이야기를 할까 한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많이 듣는 권유 중에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선남선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또 자녀를 출산하고....다 좋은 이야기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 해 보면 이야기는 이렇다. 세상은 이미 결혼한 사람(기혼 旣婚)과 아직 결혼하지 못한 사람(미혼 未婚)만 있다. 어떤 조사문구에도 비혼(非婚)은 없다. 우리 사회의 구조는 결혼을 한 사람과 아직 결혼을 하지 못 한 두 종류의 사람만 사람취급을 하고 있다.
결혼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반드시 모든 사람을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질문을 하고 사고를 수립하는 걸까? 그리고 만일 결혼이 그렇게 좋은 일이라면 혹은 사회전체가 장려해야 할 일이라면 국가가 나서서 이야기 하지 않을까? 다시 생각해 보면 아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돌아보면 모든 시스템이 결혼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날 갑자기 이 기혼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오면 바로 이 현실에 직면 하게 될 것이다.
3.과거를 잊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는 모른다.
오래된 이야기다. 한 30년 전쯤 일 인듯하다. 남의 나라 전쟁에 국익을 위해 참여한 적이 있다. 오래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늘도 국익을 위해 남의 나라 전쟁에 참여 하고 있으니 그리 새로울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정말 어이없는 이야기다. 분단 상황이라고 한다. 언제든 북이 우릴 처 들어 올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알토란같은 병사 몇 만명을 빼고도 군사의 위협이 있다고 한다. 주춧돌을 빼서 엉뚱한 곳에다 괴고 있으면서 위험하다고 한다. 우리 집에 언제 도둑이 들지 모르기 때문에 우선 경찰서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경찰이 안전해야 우리 집도 안전하단다. 하지만 우리가 가서 도와주고(?)있는 것은 경찰이 아니라 깡패도 못되는 양아치들이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못하고 있다. 월남이 패망 할지 누가 알았나. 많이 곤란했을 거다. 아니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일에 어떤 죄책감도 없었을 것이다. 수출하고 대사를 파견하고 값싼 인건비에 공장을 만들기에도 바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랬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침략국 혹은 식민지배국을 도와 우리를 식민지배 혹은 우리와 전쟁을 치룬 나라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과거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수교를 하고 교류를 하고,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또 그들의 교과서에 사람들의 인식에 우리나라는 식민지배를 당할 만한 혹은 전쟁을 당할 만은 어떤 일이 있었다고 기술했다고 치자. 우리는 그들을 따듯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 또 그게 과거의 일이니 다 잊고 지내자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 국민성이 그들을 혹은 그 나라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게 지내려고 해도 가까워 질 수 없는 것이 한일관계 아닌가? 이는 단순히 과거의 식민지배의 관계 때문이 아닐 것이다. 지난날에 대한 사과도 반성도 없는 행태에 대한 불쾌감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또 모른다. 우리는 식민 지배를 당한거구. 베트남은 적(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당한 전쟁에 참여 한 것이라고....
4.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사건은 이렇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우리는 결혼에 대한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회 구조 안에 살고 있다. 결혼을 못하는 것은 재앙이다. 그래서 온 사회가 나서서 결혼을 하라고 강권하고 있다. 친척어른에 사돈에 팔촌까지 모자라 이제 온 거리에 도시에 농촌에 할 것 없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그것도 처녀와 해야 한다고 난리들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베트남의 처녀들이란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역사의 진실이나 정의는 내 몫이 아니니 싼 값에 아무런 문제없이 사올 수 있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을 하라고 한다. 절대 도망가는 일도 없고, 완전 숫처녀인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라고 한다. 초혼이건 재혼이건 나이 많이 드신 분이건 장애인이건 다 결혼을 하라고 한다. 이제는 베트남 넘어 필리핀에 중남미의 나라들까지 돈만 있으면 다 할 수 있으니 결혼 하라고 한다. 돈을 주고 사고 파는 것을 매매라고 한다. 그러니 이런 것들은 매매혼이라고 할 수 있다.
5.이해가 안가면 외우면 그만입니다.
다시 정리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이야길 하자면 사연은 이렇다. 우리가 사는 이 대한민국에서 안하면 큰일 나는 두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믿기 힘들면 이 말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라. 기혼과 미혼... 이미와 아직의 차이다. 결국은 다 하는 거다. 이미 그걸 해치웠느냐 혹은 아직 그걸 해치우지 못했느냐다. 결론은 같다. 결혼이다.
불행한 과거사가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잘못은 잘못이다. 다른 걸 원하는 것도 아닌데 그지 같은 분들이 죽어도 잘못했다는 이야길 않고 있다. 학살이 있었고 점령이 있었고 지배가 있었는데 약탈이 있었는데 부녀자 강간이 있었는데 죽어도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한 거다. 더럽게 역사의식이 없으면 결국 나중에 개망신 당한다. 우리가 베트남에 했던 많이 일들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조사도 못하고 있는게 대한민국의 역사인식의 수준이다. 목소리 큰 놈들은 있어도 차분히 이 문제를 돌아보겠다는 분은 그리 많지 않다. 과거의 아픔도 모자 이제 그쪽 처녀들을 사겠단다. 그것도 모자라 거리에 도시에 농촌에 베트남 숫처녀, 절대 도망가지 않음 등등 최첨단 무개념으로 도배된 문구로 홍보를 하고 있다. 이 문제를 접근하는 여러 방식이 있다. 여성주의 시각, 혹은 인권은 시각 등등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이 문제에 과거 혹은 역사를 통한 읽기를 해 봤으면 좋겠다. 또 우리 사회를 돌아 볼 수 있는 거울로 이 문제를 바라 봤으면 좋겠다. 결혼을 강요하는 사회, 또 더럽게 역사 인식이 없는 사회, 그런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가? 그럼 외워보자.
1) 현재 거리에 나붙은 베트남 처녀와 결혼 하세요 광고물은 불법 게시물입니다.
(현수막 거리에 붙은 것은 허가를 받은 내용일 수 있습니다.)
2) 베트남 처녀 광고물의 내용은 상식 이하의 내용로 여성비하, 인권침해의 내용들입니다. (베트남 숫처녀와 결혼하세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나이드신분, 장애인 환영)
3) 베트남과 한국 사이에는 불행한 과거사가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가 비교적 많은 지역에서 자행되었습니다.)
4) 새로운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역사인식를 가지며, 공존을 향해 가는 더불어 사는 지구촌을 만드는 일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은 돈이면 다 해결 할 수 있다는, 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무시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보다 성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들 고쳐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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